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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서른: 서른 직전에 함께 한 드라마

by morl 2022. 2. 11.

드라마 "겨우, 서른" 포스터
"겨우 서른"의 등장인물들

구자(퉁야오)

  "겨우, 서른"은 서른살의 세 여자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요즘 TV를 보면, 장윤정이나 배우 김정화 등 커리어로도 매우 성공했지만 아이들의 엄마가 되면서 육아에까지 너무 진심인, 소위 "완벽주의자"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고 이야기하며, 그들이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 문제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저는 이런 장면이 참 신기하면서도, 조금 작위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제가 그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발언은 자신들이 이런 것도 잘하고, 저런 것도 잘하는데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마치 신입사원 면접에서 지원자의 단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지원자가 자신에게는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는 게 단점이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그들은 면접관 혹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장점을 어필해야 하고 단점은 가려야 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그들은 자신의 단점은 이것이라서 힘들지만, 그의 능력은 모든 면에 있어서 출중한 편이라고 강조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장면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이 그들의 진정한 고민이 아니라, 시청자와 면접관을 고려한 대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겨우, 서른"에서의 첫 번째 등장인물인 "구자"는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전업주부이자 완벽한 내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앞으로의 몇 년간 자신의 삶에서 어떤 것에 더 가중치를 둘 지 결정하고, 이를 위해 한 가지를 포기하고 다른 한 가지에 전념했습니다. 그녀는 목표를 향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아등바등 산다며 안타까워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선택한 길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고, 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표면상으로는 그녀가 사업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녀가 실질적인 담당자이기도 했고, 그녀는 남편을 적극적으로 서포트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희생하고 높은 자리에서 한 발자국 물러났습니다. 이를 통해 그녀는 남편에게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에 뜻밖의 문제 상황이 발생하거나, 회사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그녀가 나서야 할 시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때에 두려워하지 않고 나섰습니다. 저는 구자를 보는 내내 그녀가 참 성숙하고, 멋진 사람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보통 사람은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끼면 물러서는 것이 어렵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나서는 일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구자는 이 두 가지 공존하기 어려운 특성이 적절히 조화된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겨우 서른 일뿐인데도 자기중심이 잘 잡혀있었고, 희생할 줄 알면서도 때로는 그녀 스스로를 지켜내기도 했습니다. 우리 삶에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대비해두어야 합니다. 저는 구자의 모습을 보면서 평소에 자신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미리 큰 가치관을 차곡차곡 정립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미래를 준비해놓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방법의 선택이 빨라지고, 어려운 문제들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마 앞으로도 살면서 힘이 들 때면 구자를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왕만니(장수잉), 중샤오친 (마오샤오퉁)

  이 드라마의 두 번째 등장인물인 "왕만니" 역시 그녀의 직업에 진심이며,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가고 있는 멋진 여성입니다. 그렇지만 똑 부러질 줄만 알았던 그녀에게도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얼핏 보기에도 나쁜 남자인 것이 뻔한 "량정셴"이란 남자에게 그녀의 마음을 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왕만니 같이 똑똑한 인물들이 이런 일을 겪는 경우가 더 흔한 것 같습니다. 량정셴의 이상한 행동들이 그녀의 상식 선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량정셴처럼 상대방에게 진지한 마음이 아닌데 상대를 유혹하는 말을 하고 행동하고, 노력을 기울인다는 게 그녀에게는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그녀와 량전셴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기에, 그녀는 그의 마음에 대해 오해와 착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녀도 때로는 량정셴의 모습이 거짓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빠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실수는 겨우 서른이었기에 생긴 흔한 에피소드 중의 하나일 뿐일 것입니다. 그녀는 이런 일을 겪었기 덕분에 사람 보는 눈을 키웠을 것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런 연애를 한 번쯤은 경험합니다만, 이 역시도 우리의 삶에서 하나의 자양분이 됩니다.  

  중샤오친은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귀여운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착한 심성 탓에 쓸데없이 다른 사람 잘 도와줍니다. 또 그녀는 먼저 행동한 뒤에 나중에 생각을 하는, 우리 주변에도 흔히 한 명쯤은 있는 친구 타입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철부지 같은 면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그것은 그녀가 친구들에게  진심이고, 친구의 힘듦에 자신의 일처럼 힘들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중샤오친(마오샤오퉁)은 굉장히 귀여운 외모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를 보면 험난한 세상에서 지켜주고 싶어 졌습니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중샤오친이지만, 그녀의 남편 천위와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이 둘 부부의 모습에서 저는 배우자 간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가 아무리 아끼고, 사랑하고, 신경 쓰이는 사이어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중샤오친이 중샤오양과 잘 될 뻔했던 이유도 중샤오양이 천위에 비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신과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단 한 명의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낯선 이의 말은 쉽게 믿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서로의 신뢰가 다져진 사이에서 우리가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말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 겨우 서른 즈음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 아직 서투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갈등을 겪으면서 더욱 돈독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 드라마에서는 상하이에 살고 있는 서른 살, 세 여자의 삶을 그렸습니다. 저는 저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들이 겪을 만한 일들이 많이 등장했기에 더 진지하게 드라마를 볼 수 있었고 느낀 점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시리즈물을 다시 한번 보고 싶고, 여러분에게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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