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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 물이 부족한 시대의 삶

by morl 2022. 4. 11.

"고요의 바다" 포스터

물이 부족한 세상

  2070년의 지구에는 물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물 공급도 지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진다. 정부에서는 사람들의 계급을 나누어, 계급에 맞게 물을 지급한다. 물의 양에도 차이가 있지만, 어떤 물인지에도 차이가 난다. 정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물을 사용하고 먹는 경우, 이로 인해 몸에 변형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로 가득했던 바다는 모두 메말라있다. 우리 세대는 어릴 적부터 물 부족 현상에 대해 교육받아왔고, 또 우리는 지금도 지구의 어느 한쪽에서는 먹고 살 물이 부족해서 영양실조에 걸리고, 감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각 나라의 정부와 과학자들은 물을 얻어낼 수 있는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그들이 찾게 된 것은 "월수(moon water)", 말 그대로 달에 있는 물이었다. 일반적인 물과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유기체를 만나면 끝없이 증식한다는 점에서 이 모든 사건들이 시작된다. 이 드라마에 등장한 "월수"는 에서는 혈액과 접촉하면 매우 빠르게 증식하고, 이 엄청난 속도를 이기지 못해 물을 토해내던 숙주가 사망하면 증식을 멈춘다. 한국의 과학자들과 정부는 이러한 정보에 착안하여, 복제인간을 물증식의 도구로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그러나 "월수" 연구가 이렇게 중요했기 때문에, "월수"를 노리는 나라들이 많았다.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월수"에 혈안이 된 각 국의 요원들과 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 한국의 달 연구기지(발해 연구기지)는 모두 폐쇄되었고, 연구기지 안의 사람들은 거의 모두 사망했다. 그러나 복제인간을 사용한 연구는 윤리적으로 어긋나기 때문에 이런 모든 것은 비밀리에 이루어졌으며, 발해기지에서 사망한 모든 이의 가족들은 그들이 죽은 이유조차 알지 못했다. 정부에선 사람들이 방사선 누출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사고로 인해 정부 또한 잃은 것이 많았다. 정부는 "월수" 연구에 수많은 자원을 쏟았고, 인력을 쏟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잃은 상태였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썬 "월수"가 세계를 물 부족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포기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발해 기지에 직접 가서 사고 원인을 밝히고 "월수" 샘플을 하나라도 챙겨 올 소수정예 군단을 꾸린다. 

 

과학적 오류 및 다른 작품과의 유사성

  이 드라마와 관련해서는, 과학적 오류가 많아 SF 장르가 아니라 판타지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대기권 탈출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 안이 너무나도 조용하고 편안해 보이는 것, 단 분리는커녕 궤도선에 붙어 달까지 날아가는 추진체의 모습, 이 외에도 무중력이 아닌 곳에서 무중력으로 있는 점이나 발해 기지 진입 후 버튼 하나로 인공 중력을 만들어내는 점 모두 실제와는 너무 달랐다. 게다가 "월수의 분자구조와 지구의 물과 분자 구조는 다르지만, 물은 물"이라는 발언도 한다. 또 증산작용을 하는 식물을 옆에 두고도 도망치기는커녕 찾아 나선 다는 점, 양분과 빛이 없는데 식물이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자라났다는 점은 몰입을 상당히 저해하는 요소 이기도하다. 발해 기지 내의 방사능 수치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몰살당한 데는 방사능 외의 다른 사인이 있을 수 있는데 생명 유지장치를 해제하는 장면이나, "월수"에 닿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헬맷이나 장갑 없이 기지를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들 등에서 많은 오류가 발견되다. 이 드라마는 과학적 측면 말고, 참신한 측면에서도 혹평을 많이 받았다. "닥터 후", "에일리언", "파이어플라이" 등등의 작품에서 보인 포자에 감염되는 모습이나 물을 토해내는 장면들이 많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드라마에 과학적 오류나 이전 작품들과의 유사성이 있을 수는 있으나, 장르를 판타지를 변환한다 했을 때 몰입감이 떨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과생 출신인 나와 남편이 함께 봐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우리가 그동안 배워왔더던 수많은 과학적 지식들을 이미 너무 많이 잊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허구임이 명백한 작품을 보면서 보든 사실관계를 따져보진 않기 때문이다.  

   

 고요의 바다

  드라마 "고요의 바다"에 과학적 오류가 있기는 해도, "물 부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흥미로운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물부족 현상을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모습을 보고 연관시켰다는 점도 재밌었다. "고요의 바다(Mare Tranquillitatis)"는 달 표면의 적도 북쪽에서 동경 18~43도에 펼쳐진 평탄한 지형이다. 인류는 달 탐사선을 통해 이 부분을 여러 차례 조사했으며,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월면에 발을 디딘 곳이기도 하다. 달에는 고요의 바다 외에도 북서부에는 "맑음의 바다", 북동부에는 "풍요의 바다", 북부에는 "감로주의 바다"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실과 판타지를 적절히 연결시킨 작품으로 보았을 때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시즌 1이 생각보다 짧아서 아쉬웠으며, 시즌 2가 나온다면 역시 또 재미있게 볼 생각이 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물 부족"과 관련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환경 파괴와 각종 자원의 부족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고, 더불어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을 던져주었다. 이는 "과학이 과연 어느 범위까지 용인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주인공 지안(배두나)의 언니는 월수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과학자였다. 그녀는 지안과 함께 달을 바라보며 저곳을 "고요의 바다"라고 부른다며,  지안에게 지금은 메말라버린 바다의 모습을 되찾아주고 싶다 말했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인간이 아닌 복제인간에게 실험을 한 것도 윤리에 어긋나는가 묻는다면 쉽사리 대답할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과학자의 입장에서 이것은 항상 고민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광산을 폭발시키고 자원을 얻기 위해 이루어졌던 폭탄 실험들이 점차 발전해 핵 발전까지 이어졌을 것이며, 이는 세계를 종말 시킬 수도 있는 무기를 만들어냈다. 과학자들 또한 자신들의 발견하고 발명해낸 무언가가 어떻게 쓰일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과학의 발전을 잘만 컨트롤한다면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새로운 발전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인류를 위해 쓰일 수도, 혹은 인류의 소멸을 위해 쓰일 수도, 그런데 한편으로는 부작용으로만 생각했던 것이 때로는 발전에 쓰일 수도 있고, 언제 어떻게 풀릴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그렇기에 과학자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좋은 방향으로만 사용하길 바랄 뿐이다. 정말로 어려운 문제이고, 함부로 어떤 의견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선택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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