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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분위기, 다시 개봉하면 큰 일 날 영화

by morl 2022. 3. 22.

"그날의 분위기" 포스터

그날의 분위기

  영화 "그날의 분위기"는 2016년 1월 14일에 개봉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로는 당시 최고 인기를 끌던 유연석과 문채원이 캐스팅되었다. 문채원은 전에도 이 영화와 비슷한 장르의 "오늘의 연애"라는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 아주 놀랍게도 검색해보니 "오늘의 연애"는 2015년 1월 14일, "그날의 분위기"와 같은 날, 딱 1년 전에 개봉했다. 그래서 혹시나 두 영화의 감독이 같은지 찾아보니 그것은 아니었다. 혼자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줄 알고 좋아했는데 살짝 아쉬웠다. 아무튼 "그날의 분위기"는 "오늘의 연애"처럼 연애를 주제로 한 가볍게 보기 시작해 볼만한 영화였고, 끝나고 나서도 많은 생각이 들지 않는 가벼운 영화였다. 아무 생각 없이 보는 킬링 타임용으로는 비교적 적합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대신에 남자 주인공의 대사는 쿨하게 넘길 줄 알아야 한다. 

   배수정(문채원)은 농구선수 강진철을 찾아 계약을 해야 한다. 반면 김재현(유연석)은 같은 업계 후배이자 친한 동생인 강진철을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선다. 이렇게 같은 인물을 찾아 헤매는 두 남녀는 부산행 KTX 열차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김재현은 평소에 여자들에게 인기도 매우 많았고,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내뱉는데 거침이 없었다. 그는 그날 처음 만난 배수정에게 매력을 느끼고 이런 말을 건넨다.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 이 대사는 실제로는 경찰서로 끌려갈 대사지만, 영화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그녀의 엉덩이가 닿을랑 말랑하게 자리를 비켜주지 않기도 했다. 이 장면부터가 나에겐 너무 충격적이긴 했지만, 영화는 그럭저럭 흘러갔고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김재현은 더 좋은 사람으로 비치기 시작한다. 

  반면 수정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녀는 재현과 처음 만났을 때 "저 그런 여자 아니거든요?"라는 대사를 했다. 그녀의 대사는 처음 만난 사람과 당일에 잠자리를 함께 사람은 아니란 것을 시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그녀는 같은 인물을 찾아 나서면서, 며칠 사이에 몇 번을 마주치게 된다. 수정은 점차 재현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그가 말했던 대로 그와 하루를 보내고 싶어한다. 과연 이들이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될지,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만남을 지속할지가 궁금해지는 내용이다. 

 

지금 개봉하면 큰 일 날 영화

  이 영화는 2016년, 즉 지금으로부터 6년 전에 개봉한 영화이다. 나도 이 영화를 2020년에 봤기 때문에 개봉 당시에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지만, 리뷰를 적고 있는 지금(2022년) 이 영화가 개봉했다면 감독은 사람들에게 심각할 정도로 비판을 받고 쫓겨났을 것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당신과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당신과 오늘 밤 자고 싶다고 말하는게 제정신에서 나올 수 있는 생각인지 의문이다. 둘이 어플을 통해서 만난 사이도 아니고, 일면식도 없는데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정말 충격적이었다. 실제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관객 100만명인데, 실제 관객 수는 65만 명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그 당시에도, 남자 주연 배우의 대사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긴 했나 보다. 

  위에 서술했던 대사도 충격적이었지만, 사실 더 놀란 것은 프레이밍 이었다. 영화의 포스터에서조차 김재현은 여자와 잘 되어 보기로 마음먹으면 다 되는 매력적인 남자로, 그리고 배수정은 안 되는 게 참 많은 여자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말미로 갈수록 김재현은 생각보다 좋은 사람으로, 그리고 배수정은 그런 그에게 몸과 마음의 문을 여는 형식으로 전개가 된다. 물론 이런 줄거리가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전개이긴 하다. 하지만 영화의 제작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참 웃기다. 결국 아무리 어려운 여자여도 매력 있는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되면 자신의 신념도 거스르게 된다는 걸 표현하고자 한 건지 뭔가 애매한 결론이었다. 이렇게 결론이 애매한 것은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바뀐 입장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무례한 말을 하는 것, 그리고 하루 이틀 만에 쉽게 신념을 바꾼다는 점에서 정말 안타까운 영화였다. 가치관이 달랐던 두 남녀 사이에서 호감이 커지고, 연애의 감정이 싹트는 것은 비교적 보기 좋았으나 아무튼 지금 다시 개봉한다면, 엄청나게 비판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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