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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사람들, 날씨에 관심 갖게 해준 드라마

by morl 2022. 2. 24.

"기상청 사람들" 포스터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어느 날 코엑스에 데이트를 하러 갔다가 전광판에서 이 드라마 광고를 보게 되었다. 송강은 내가 외모와 피지컬로는 정말 좋아하는 배우지만 그 전 작품들에서 그의 연기에 실망한 경험이 있어서 그냥 드라마를 새로 한다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흘려 넘겼다. 그러다 TV를 틀었는데 이 드라마가 방영 중이었다. 기상청 사람들은 JTBC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는 드라마로, 요즘은 JTBC 채널 자체도 여러 개이고 재방송해주는 채널들도 많기 때문에 우연찮게 보게 된 것 같다. 그런데 그의 연기력도 아주 조금은 나아진 면이 있었고 (물론 여전히 부족하긴 하다) 그래도 다른 출연자들의 연기력이 괜찮은 편이라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현재 4화까지 나왔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드라마는 "기상청"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장르로도 "로맨스"만 넣어둔 게 아니라 "오피스"라는 것을 넣어둔 게 재미있었다. "오피스"라는 장르가 따로 있었다니 너무 웃기다. 아무튼 제목에서도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라고 말한 만큼 기상청이라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연애사에 초점을 두고 있는 드라마이다. 주인공인 진하경(박민영)은 기상청 총괄 2팀 과장으로, 날씨에 관한 엘리트 출신으로 그녀의 나이에 맞지 않게 높은 직책을 맡고 있다. 이런 그녀와 오랜 시간 함께한 전 남자 친구인 한기준(윤박)은 하경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었지만, 결혼 직전에 그녀와 파혼하고 날씨와 관련된 기자 일을 하고 있는 채유진(유라)과 결혼해버린다. 그리고 채유진의 전 남자 친구인 이시우(송강) 역시 채유진이 그를 두고 바람피운 사실조차 모른 채 버림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시우가 하경이 있는 기상청 본사에 특보 예보관으로 발령 나게 되면서 이 네 남녀의 관계가 매우 복잡해지고, 하경과 시우는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사내연애를 다시금 겪고 싶지는 않아하는 하경 때문에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예상이 어렵다. 

 

사내연애

  드라마의 제목에는 "사내연애 잔혹사"라고 서술하였지만, 원래 사내연애는 모두 잔혹하다. 사실 사내연애 뿐 아니라, 같은 그룹 내의 연애는 모두 잔혹하다. 사내연애가 좋은 경우는 두 남녀가 연애를 시작하기 전이다. 아무래도 따로 빌미를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 사이가 잘 풀려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의도치 않게 너무 자주 만나야 하는 일이 생긴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사람들이라도 매일 보면 빠르게 편해지고, 그럼 서로를 더 쉽게 대할 수도 있다. 둘이 사이가 좋을 때에도 안좋은 점이 있는데, 심지어 싸웠을 때는 더 안좋은 환경이다. 서로에게 화가 나있는 상태로 서로를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만날 수밖에 없고, 일하기도 너무 불편할 것이다. 그리고 둘뿐만 아니라 그들의 상황에 따라 주변 사람들도 고스란히 불편감을 겪게 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사람 살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헤어지면 더 문제이다. 그들은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내연애를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매우 이해가 된다. 그나마 캠퍼스 커플은 졸업하고 나면 안 볼 수 있는데 사내연애는 그러기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런 특성  개연성은 매우 있는 드라마이다. 나 같아도 이미 사내연애에서 대판 실패한 상황이라면, 아무리 새로 좋은 사람을 만난다 해도 시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직장인이었다면, 되도록 다른 곳의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기상청과 날씨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기상청의 상황을 보게된 것이었다. 흔히들 기상청은 날씨를 관측하고, 분석하며, 예측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매번 틀리는 기상청의 예고에 불평하면서도, 매일 아침 스마트폰의 날씨 화면을 켜서 그날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우산을 챙겨야 할지 고민한다. 사실 기상청은 우리 삶과 떼어놓을 수가 없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어떤 장소에서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물론 드라마를 통해서 그 직업의 현실을 파악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그래도 아예 상상도 못 했던 분야이기 때문에 그 장소나 특징들을 알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이 드라마는 기상청이라는 생소한 배경을 지정함으로써, 기존의 드라마들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기상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여러 지역의 기상청 사람들이 매일 아침 회의를 거쳐 앞으로의 기상상황을 예측한다. 단순한 단기 일기 예보부터 시작해 장기 예보도 있고,  우박이나 호우 등의 주의보, 경보를 발령하는 기상 특보도 있다.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에서는 주의보를 발령하는 과정도 보여주면서 긴장감, 긴박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상청에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주었다. 나는 하나의 주의보 발령이 이렇게까지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몰랐는데, 모든 이들에게 주의보를 전달해야 하는 과정, 그리고 날씨와 생계가 관련이 깊은 사람들은 다가올 상황에 미리 대비하면서 드는 예산의 규모가 엄청났다. 그리고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틀리는 일도 있는 것이 맞는데, 기상 예보가 틀렸을 시에 그들이 받게 될 비난까지 생각하면 기상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부담을 받을지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드라마 작가가 의도한 바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기상청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새삼스럽지만 감사함을 다시 느끼게 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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