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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나에게 꼭 맞는 짝

by morl 2022. 2. 12.

영화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포스터

딸에게 내 연애 이야기해주기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는 2008년도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오만과 편견" 등으로 유명한 워킹 타이틀 필름스(Working Title Films) 제작사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검색하다 알게 되었는데 영화 "어바웃 타임" 역시도 이 제작사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워킹 타이틀 필름스는 워낙 큰 제작사이기 때문에 유명한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 없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에 왠지 모를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제가 한창 평범한 로맨스나 결혼으로 끝을 맺는 이야기보다 현실적으로 이혼이라는 주제와 이혼 후의 삶에 대해 궁금해하던 시기에 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영화가 더 보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인 헤이즈(라이언 레이놀즈)는 이혼한 뒤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대디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의 생각에는 어린 줄로만 알았던 그의 초등학생 딸 마야가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딸아이가 이제 자기도 알 건 다 아니까 아빠와 엄마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헤이즈는 처음엔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딸이 집요하게 궁금해하자 그는 결국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조금 더 재미있게 얘기를 해주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그는 마야에게 마야 엄마와의 러브스토리만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세 명의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모두 말해주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딸 마야에게, 과연 누가 마야의 엄마일지를 맞춰보라고 합니다. 이런 그의 제안에 딸 마야도 동의하고, 이렇게 둘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제가 딸 마야였더라도 아빠의 이야기가 정말로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영어로 된 영화 제목에만 눈이 갔을 뿐,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라는 흔하디 흔한 한국 제목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지금 글을 쓰면서 보니 제작사에서는 이 영화가 딸과 함께하는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 제목을 이렇게 지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저 역시도 저의 엄마와 아빠의 연애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엄마가 자연스럽게 저를 믿고 의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제가 묻지도 않았는데 그 이야기를 모두 해주셨습니다. 저와 엄마는 워낙 친구 같은 사이이기도 했고, 이미 아빠도 엄마가 결혼 전에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고 계셔서 엄마가 더 편하게 말씀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저와 남편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그때는 우리가 아이에게 우리의 만남에 대해 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이야기해주게 될지가 참 궁금합니다. 아이가 우리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면 좋겠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합니다. 나중에 아이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각색해서 얘기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됩니다. 그 고민이 난감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또 즐겁기도 합니다. 저도 제 아이에게 우리 부부가 만난 이야기뿐만 아니라, 제 전체 연애사를 말해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도 궁금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이에게 말해주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Definitely, maybe

  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는 전형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보통은 이 장르에는 어릴 때부터 가장 친하게 지내는 절친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워낙 서로에게 익숙해진 터라 남녀 관계로 발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여자친구나 남자 친구가 생기고, 싸우고, 헤어지고 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옆에 있어줍니다. 그리고 서로의 연애에 관해 상담해주기도 합니다. 이들은 서로의 연애사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한쪽에서 친구에게 호감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결국 상대방을 포기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쯤 되면, 오히려 상대방이 그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곤 합니다. 이렇게 그들은 타이밍이 맞지 않는 상태를 반복합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인해 결국에는 서로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음을 깨닫고 연애를 시작하고, 해피 엔딩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새드 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은 시간이 어영부영 흐르고 나서 어느 한쪽이 결혼할 때가 되어서야 서로가 좋아했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아니면 서로가 서로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 용기를 내지 못하고, 결국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이혼까지 겪고 난 후에야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결말은 똑같습니다. 바로 당신과 가장 친한, 그리고 항상 당신의 곁에 있었던 사람이 당신의 짝이라는 사실입니다. 

  영화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의 영어 제목은 "Definitely, maybe"입니다. 주인공 헤이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셋 중에 분명히, 그리고 아마도 그의 짝일 것 같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린 딸인 마야 역시도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인지 느꼈을 정도이니, 아마 관객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흔히들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실제로도 친한 이성 친구들끼리 "우리 35살까지 결혼 못하면, 결혼하자"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결혼을 하고, 배우자와 같이 살아보니 정말로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서로가 편하게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만큼 중요하고 좋은 조건은 없습니다. 물론 배우자뿐만 아니라 친구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친구가 지금까지 당신 곁에 가장 오래 머물렀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그 친구와 잘 맞는다는 증거이며, 앞으로도 별 탈 없이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러니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당신의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분명 당신의 주변에 분명히, 그리고 아마도 당신의 짝이 될만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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