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2014년 영화 "피 끓는 청춘"에서 만났던 박보영과 김영광이 2018년 영화 "너의 결혼식"을 통해 다시 만났습니다. 한국에는 "첫사랑"이란 단어를 대표하는 영화 및 여배우들이 몇 있습니다. 영화 "클래식"의 손예진, "건축학개론"의 수지, 그리고 "너의 결혼식"의 박보영입니다. 요즘엔 드라마 "그해 우리는"의 김다미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첫사랑을 그린 영화들은 뭔가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에 우연(김영광)이 다니던 학교에 승희(박보영)가 전학을 옵니다. 우연은 작고 예쁜데 당당한 매력까지 넘치는 승희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는 그녀를 쫓아다니며 구애했습니다. 처음에는 승희도 우연을 경계하는 듯하더니,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 둘의 마음이 통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승희는 우연의 학교로 전학을 왔던 동일한 이유로 하루아침에 다시 홀연 듯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우연은 갑작스러운 이별에 힘들어하던 차, 우연히 대학 잡지에서 승희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우연은 승희의 소식을 알지 못한 채, 단지 이 사진 하나만 바라보고 독하게 공부했고 드디어 승희와 같은 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그는 다짜고짜 공부를 해서 대학에 붙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승희에게는 이미 남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연은 승희 곁을 지키며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그녀와 함께 하게 됩니다. 이들의 첫사랑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궁금해지는 영화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타이밍이다
저는 첫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사랑"이라기보다는 "연애"에 있어서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첫사랑 영화가 외국 영화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앞선 리뷰들에서 많이 썼듯이 외국의 첫사랑 이야기는 서로 친하게 지내던 이웃 이성친구와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주인공들이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뒤늦게 알아채거나, 아니면 서로를 좋아함을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티를 못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첫사랑 이야기는 서로가 좋아했고, 당사자들도 이를 알고 있는데 타이밍이 어긋나서 연결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의 실제 연애 상황을 봐도, 주로 타이밍 때문에 인연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는 다행히도, 서로에게 마음이 향하던 두 남녀가 연애를 하는 데까지는 성공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너와 나의 결혼식"이 아니라, "너의 결혼식"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들은 서로 많이 사랑했지만, 그렇다고 결혼에 이르지는 못한 것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좋아한다는 것은 너무 명확한 사실인데, 어떤 특정한 계기로 인해 헤어지게 됩니다. 사실 연인끼리 만나다 보면, 서로에게 의도치 않게 큰 상처를 주는 경우가 생깁니다.
제가 보기에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의 헤어짐은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에서의 헤어짐과 비슷하다고 보였습니다. 그들이 서로 사랑했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그들은 힘든 현실 상황에 부딪혀 서로를 탓하게 되었고 이를 끝까지 견디지 못해 사랑을 유지하는데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주인공 우연도, 승희도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의 주인공들처럼 슬퍼하고,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가 밉고, 그들을 헤어지게 한 상황이 미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둘은 그럼에도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것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들은 아무래도 우리들의 이십 대 삶이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기 때문에 흔히 벌어지는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헤어짐 말고도, 첫사랑이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처음"으로 하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뭐든지 처음 해보는 것에는 서툴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은 큰데, 그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 서로에게 부담을 주거나 상처 주는 행위들을 많이 하곤 합니다. 저 역시도 지금 돌아보면 첫 연애, 첫사랑의 상대에게는 미안한 것 투성입니다. 그렇기에 첫사랑은 헤어지는 것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처럼 이렇게까지 서로를 좋아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연애는 해본 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많이 되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저는 2018년에 이 영화를 봤을 때보다 2020년에 다시 봤을 때 영화에 더 공감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아주 조금씩 다양한 경험이 쌓이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비록 제가 느끼기에 저 스스로 발전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축적된 경험들 때문에 그래도 이런 작품들에 조금 더 폭넓은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시엔 저도 사랑의 실패를 겪고 힘들고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상대방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제가 이렇게 조금씩 경험치를 쌓아가며 국민 영화에도 공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감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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