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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로지: 내 곁을 가장 오래 지킨 사람

by morl 2022. 2. 17.

영화 "러브, 로지" 포스터
"러브, 로지" 포스터

릴리 콜린스

  저도 "러브, 로지"의 리뷰를 쓰기 전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리뷰를 쓰기 위해 이 영화의 주인공인 릴리 콜린스를 찾다 보니 재미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이 글 이전에 감상평을 적었던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리즈의 주인공도 릴리 콜린스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평소에 눈썰미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음에도, 그녀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녀가 참 인형같이 생긴 배우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특징적으로 생긴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두 작품에서의 릴리 콜린스가 너무나도 다르게 보이긴 했습니다. 영화 "러브, 로지"가 에밀리 시리즈보다 더 예전 작품인데, 그녀가 맡은 역할이 아이 엄마여서인지 오히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였습니다. 물론 화장 등의 연출법 차이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리뷰를 적으려다 말고, 직전 글과 이번 글의 주인공이 우연히 같아서 혼자 신기해하며 웃었습니다. 

  우연이긴 하지만 그래도 릴리 콜린스 덕분에 웃었으니, 그녀에 대해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그녀가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스타일링 때문에 당연히 저보다 어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1989년생이었습니다. 즉, 그녀는 한국 나이로 벌써 34세입니다. 그녀는 심지어 2021년도에 이미 결혼도 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전혀 유부녀로 보이질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릴리 콜린스에 대해 더 찾아보았습니다. 그녀는 2009년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에서 산드라 블록의 딸 역할로 처음 얼굴을 알린 뒤, 이번 영화 "러브, 로지"에서 첫 주연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는 영화 "옥자"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도 이미 본 상태인데, 역시나 그녀의 출연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녀는 이후 2020년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주인공 에밀리를 맡으며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시즌 4까지 확정되어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 릴리 콜린스는 지금의 영국 배우 중에서는 가장 인형 같은 외모에 가녀린 몸의 소유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아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녀를 스크린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러브, 로지"

  외국 영화들을 보면 보통 비슷한 배경이 등장합니다. 이들 영화에 보통은 이웃에 사는 같은 나이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함께 등장하곤 합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아파트에 모여 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동네에 있는 아이들을 모두 아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이웃 중에 같은 나이 또래가 있으면 항상 친한 사이로 등장하곤 합니다. 아마 우리나라도 아파트가 아니라 단독 주택가의 경우 이런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명 드라마 "응답하라 1988"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놀랍게도 항상 같은 약속을 하곤 합니다. 그 약속은 바로, 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같은 지역 혹은 같은 대학으로 진학하기로 약속하는 것입니다. 영화 "러브, 로지"의 여자 주인공인 로지와 남자 주인공인 알렉스 역시도 이런 약속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약속을 하면서도, 서로가 좋아하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너무 좋은 친구를 잃을까 봐 선뜻 좋아하는 티를 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둘은 안타깝게도 서로가 아닌 각각 다른 여자,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데이트에서 그쳤다면 더 좋았겠지만, 로지는 그날 밤의 사고로 알렉스가 아닌 그렉의 아이를 임신합니다. 그리고 그렉은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미혼모가 됩니다. 로지는 혹시나 그녀가 알렉스의 앞길을 막을까 봐 차마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알렉스가 보스턴의 대학으로 진학한 뒤에야 그녀는 자신이 아이를 낳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둘은 여전히 계속 가까운 사이를 유지합니다. 거리도 멀고, 그녀가 아이가 있음에도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스는 로지를 자신이 살고 있는 곳으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로지는 이 초대에 응하면서, 이번 기회야 말로 둘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이 둘이 이어질 수 있을 지, 궁금해하며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당신의 곁을 가장 오래 지킨 사람 

  이런 외국 영화의 결론은 어느 영화에서든 같습니다. 이런 영화의 주인공들은 처음부터 자신의 짝을 만나지 못합니다. 그들은 많은 여자, 남자를 만나본 후에야 그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곁을 가장 오래 지킨 친구가 결국 둘도 없는 사랑임을 깨닫게 됩니다. 어릴 때에는 이런 뻔한 결말들을 보면서, 이렇게 가까운 친구면 서로 남녀 감정이 안 느껴질텐데 어떻게 연인이 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결혼할 나이가 되어 보니, 왜 모두 이런 결론의 영화들을 만들었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저는 이제 제 곁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야말로, 저와 가장 잘 맞는 사람이자 가장 편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그들이야말로 앞으로도 저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사람들일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가까운 친구 간에 서로 남녀간의 끌림이 전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이렇게 오래 함께할 수 있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것조차 참 어려운 일이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별이 다른 친구가 오래 같이 지내다 보면, 뭔가 정감이 가기도 하고 종종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결국 끌리는 순간도 오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영화 "러브, 로지"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결론을 찾아가는 게 상당히 오래걸렸습니다. 주인공 남녀 모두 길을 돌아 돌아 간 후에야 서로의 소중함과 자신의 깊은 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이 관객을 답답하게도 하였으나, 현실에도 분명 이런 커플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결혼 전에는 정말로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상대방들 중에 제가 직접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기에 더 어렵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특성상, 동거가 허용되는 상황도 아니어서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혼 후에 생각해 보니, 지금은 어떤 사람을 만나고 함께하는 것이 좋은지가 좀 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물론 결혼상대의 첫 번째 조건은, 서로에게 끌림이 느껴지는가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두 사람이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그 시간이 편안하고 즐거웠는지 입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미혼인 사람들이 있다면, 이 두 가지를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두 가지는 굉장히 단순한 조건 같지만, 이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하는 사람을 찾기가 생각보다 꽤 힘이 듭니다. 보통 사람들은 젊은 날에는 주로 첫 번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 중에 두 번째 조건까지 만족하는 사람을 찾곤 하겠지만, 두 번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 중에 첫 번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접근법인 것 같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친구로부터 남녀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당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오래 지내다 보면 분명 그에게 정감이 가고, 귀여워 보이며, 멋져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조건 역시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본다면, 이 두 가지 사실을 꼭 모두 만족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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