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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우리, 오래된 연인의 이별과 재회

by morl 2022. 2. 7.

영화 "먼 훗날 우리" 포스터
영화 "먼 훗날 우리" 포스터

지극히 현실적인 이별, 그리고 뜻밖의 재회

  영화 "먼 훗날 우리"의 주인공 팡 샤오샤오(주동오)와 린젠칭(정백연)은 2007년 춘절에 귀향하는 기차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이들은 베이징에 가서 꼭 성공하리라 다짐했던 젊음과 열정으로 가득 찬 청년들이었지만, 베이징에서의 삶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들은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방음도 되지 않는 가벽으로 분리된 공간에서 지냈습니다. 이들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친구가 된 서로뿐이었습니다. 이들은 몇 해에 걸쳐 친구로 지냈고, 이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들은 가난했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지만, 그래도 둘이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즐거우며 행복한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의 젊음도 시들었고, 이들은 자신들의 지리멸렬한 삶에 환멸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꿈과 점차 멀어져만 가는 현실 속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안타깝지만 이들의 연애도 끝이 나게 됩니다. 이로부터 10년 뒤, 이 둘은 베이징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연애하고 있는 상대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만날 수 있을지, 이 사람과 함께하는 미래는 어떨 지 항상 생각하곤 합니다. 말 그대로 "먼 훗날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 한편으로, 이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만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연인과 헤어지게 된 때에 또다시 이런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느 날엔가는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나게 될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끝나버리는 인연이 될지 말입니다. 우리는 헤어진 연인에게 감정이 남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한 번쯤은 우연히 마주칠 "먼 훗날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연애나 사랑 역시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일 것입니다.

사랑했던 기억과 그 때의 감정

  이 영화는 얼마전 리뷰했던 영화인 "우리도 사랑일까"와 드라마 "아는 와이프"와 유사합니다. 이 영화는 오래된 연인 사이에 감정이 어떻게 점차 변화해가는지,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혼 하기 전의 연인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에서, 앞서 언급한 작품들보다는 영화 "라라랜드"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영화 "라라랜드" 역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굉장히 흥행했던 작품이지만, 저는 "먼훗날 우리"가 훨씬 더 현실적이라 생각했고, 저에게 더 와닿았습니다.

  영화 "라라랜드"에서는 연인이 서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비교적 자발적으로 헤어짐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연애에서 연인들은 꿈을 위해 헤어진 다기 보다, 현실에 부딪히고 지쳐 서로에게 상처 주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인들은 서로에게 돌이키지 못할 후회되는 행동을 하고, 결국 헤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란 것을, 아마 서로가 더 잘 알 것입니다. 연인들은 서로에게 자신들의 가장 눈부신 젊은 날들을 바쳤고, 전 연인을 누구보다도 사랑했을 것입니다.

  저는 주인공들의 과거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재회 장면이 더욱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극 중에서 펑 샤오샤오는 이전 같았으면 그녀가 린젠칭의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한데, 이제는 린젠칭의 불륜녀로 오해를 산다며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샤오샤오의 모습을 보며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린젠칭의 성공 역시도 팡 샤오샤오 덕분이었고, 린젠칭의 게임은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는 한, 서로를 문득문득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그들이 서로를 너무나도 그리워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들이 감정에 북받쳐 한바탕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들의 모습이 정말로 자연스러운, 사랑했던 연인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영화 "라라랜드"에서 두 주인공의 모습은 헤어짐도, 재회도 너무 쿨했습니다. 저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연인은 절대 그렇게까지 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주인공들이 서로의 눈앞에서는 엔딩 장면과 같이 쿨해도, 각자의 집에 돌아가서는 눈물 쏙 뺄 정도로 우는 모습도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 연인관계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쿨할 수 있다면, 그만큼 덜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그들 사이에 그만큼 힘든 세월이 없었던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라라랜드"의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닥친 어려움에 맞서서 함께 해결하려 노력하고 안달 내다가 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일과 사랑 중에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서 사랑보다 일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기에 그들의 이별도 흐지부지였고, 그들은 재회해서도 꿈을 이룬 서로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로만 화답하고, 그 간 그들의 노력에 서로 박수쳐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라라랜드"도 본 지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자세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이들의 사랑은 누구나 이십 대에 겪는 그저 그런 연애였다고 느꼈습니다.

  반면 "먼 훗날 우리"에서의 두 주인공은 정말로 열렬히 사랑했던, 그리고 서로의 삶을 응원해준 더 지독한 인연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의 경우 사람 자체는 잊힐 수 있어도, 상대방을 사랑했던 나 자신의 모습, 나를 사랑해준 상대방의 모습, 그리고 그때의 감정들은 쉽사리 잊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진짜 사랑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혹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영화였고, 그렇기에 강력히 권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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