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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저튼, 결혼은 사랑일까, 현실일까?

by morl 2022. 2. 17.

드라마 "브리저튼" 시즌 1의 포스터
"브리저튼" 시즌 1 포스터

19세기 영국, 리젠시 시대 

  드라마 "브리저튼"은 영국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먼저 "조지 시대"란 영국에서 조지 1세부터 조지 2세, 3세, 4세까지가 재위한 1714년~1830년의 120년 정도의 시기를 일컫습니다. 조지 시대 이후에는 윌리엄 4세의 재위 기간이 잠깐 있었고, 이후 바로 빅토리아 시대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조지 시대 120년 정도 중에서, 조지 3세의 정신병으로 인해 당시 왕세자였던 조지 4세가 섭정한 기간이 있습니다. 이 기간을 따로 "리젠시 시대(Regency era, 섭정 시대)"라고 합니다. 이 시기는 세계 최초로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대이자, 영국이 7년 전쟁 끝에 프랑스의 식민지를 점령하면서 대영제국이 크게 확장된 시대입니다. 드라마 "브리저튼" 이외에도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폴리도리의 "뱀파이어" 등이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인 브리저튼은 넷플릭스를 통해 2020년에 방영되었습니다. 브리저튼의 원작은 줄리아 퀸의 소설 시리즈로, 이 드라마는 19세기 영국 런던 상류사회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리즈물을 보면서 19세기 당시의 옷과 풍경들, 계급 사회, 풍속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신도 이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된다면, 당신이 마치 19세기 영국에 가있는 듯한 착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들의 삶에 한 발자국 가까이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놀랍도록 유사한 19세기와 현시대의 결혼관

  드라마 브리저튼을 보면서 가장 신기했던 사실은 현 시대의 수많은 남녀들이 결혼과 관련해 고민하는 것들과, 19세기의 사람들이 결혼과 관련해 고민하는 것들에 생각보다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드라마 제작 연도가 현시대이기 때문에 지금의 세태를 많이 반영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이 드라마가 현재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19세기에 만들어졌더라도 이런 식으로 결혼이 이루어졌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럼 그때와 지금의 결혼이 비슷한 점을 크게 몇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봅시다. 첫 번째, 여자들은 주로 상향혼을 원합니다. 물론 브리저튼에서는 이 상황이 조금 더 극단적으로 표현됩니다. 19세기 영국 상류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어릴 때부터 배우는 모든 것이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혼을 잘하기 위해 이루어집니다. 그녀들은 어떻게 하면 원하는 남성을 유혹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배우고, 행동합니다. 그리고 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자들은 여전히 상향 혼을 원합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여성들이 임신, 출산, 육아를 겪으며 경력이 단절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문제들이 완벽히 해결된다고 해도 여자들의 상향 혼 선호 경향성은 꽤 오래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여자들이 번듯하고 쓸만한 직업을 갖고 경제생활을 오랜 세월 하는 것보다는 자기보다 능력 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게 더 효율이 좋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여자들이 상향혼을 원하는 만큼 포기하는 것이 있고 그에 반해 남자들이 여자에게 꼭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성의 어리고, 아름다운 외모입니다. 물론 여자, 남자 모두 상대방을 볼 때 외모와 능력, 성격의 조합을 보긴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여자는 남자의 능력을 더 비중 있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19세기 당시에는 남녀가 연애 과정을 거친 후에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시장에 나온 여성들의 외모를 보고 단 몇 번의 데이트 후에 청혼을 하는 시스템이기에 이러한 양상이 지금보다 더 심하게 나타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이러한 상황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현대사회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연애가 가능해졌고, 우리는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따라서 아무래도 과거보다는 이러한 세태가 많이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고, 앞으로는 더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 남녀 모두 결혼 전에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현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브리저튼에 등장하는 시기의 여성들이 배우고 행하는 것의 많은 부분은 모두 결혼을 잘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결혼 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미리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부부가 원래 어떤 사이여야 하고, 어떤 관계를 가지게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저 그들은 사랑해서 결혼하면 행복하겠지, 혹은 좋은 집안의 자제와 결혼하면 평생 유복하고 걱정 없이 살겠지 하고 짐작으로만 알 뿐입니다. 이러한 특징 역시도 시간이 많이 흐른 현재에는 많이 개선이 되었어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특히 더 그런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제가 보기에 이러한 상황은 여전히 많은 개선을 필요로 합니다.

  저 역시도 결혼 전 결혼에 대해 너무 무지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한동안 결혼한 부부의 삶을 그린 작품들이 궁금했고, 일부러 이런 작품들을 찾아본 것 같습니다. 분명 제 주변 어른들은 모두 결혼을 했는데, 저에게 결혼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 주고 어떤 특성의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부모나 가까운 사람들이 그들의 자식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많이 해준다면, 젊은이들이 결혼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고, 선택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결혼은 사랑일까, 현실일까?

  과연 결혼은 사랑일까, 현실일까? 드라마 브리저튼을 보면서 제가 가장 많이 생각한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적에는 당연히 사랑이 현실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랑이 우선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제 삶을 살게 되면서 현실은 보다 더 크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실이 너무 시궁창이면, 사랑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보전할 정도의 현실 수준은 되어야, 사랑의 감정이 우리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인생은 제게 항상 그러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서로 공존할 수도 있지만 상반될 수도 있는, 혹은 함께 가지기 어려운 여러 가지를 다 챙겨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항상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워도 챙겨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결혼이라는 단어에 낭만을 갖되, 사랑 혹은 현실 단 한쪽에 매몰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위에 서술한 두 가지 특성은 개선하기 어렵더라도, 마지막 세 번째 특성만큼은 꼭 우리 모두가 노력해서 지금보다는 조금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결혼에 대한 실상을 더 잘 알고, 그만큼 많이 고민해서 결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 채 닥쳐서 해결하기엔, 결혼이 주는 무게감이 그렇게 가볍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이혼이라는 제도에 조금 더 거부감이 없어져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같이 살아보지 않은 사람과 살아보니 맞지 않아 헤어지는 것은 하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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