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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고졸들의 반란

by morl 2022. 4. 15.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포스터

말단사원들의 반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배경은 1995년도이다. 주인공인 세 여자는 한국의 유명 회사인 삼진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고등학교 졸업자들이다. 이들은 입사 8년 차 동기로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영어 공부를 시작하였다. 이들은 대학을 다니진 못했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자영(고아성)은 실무 능력이 뛰어나서 상사들이 그녀에게 일을 맡기고, 공은 자기들이 가로채갔다. 그러나 그녀의 뛰어난 능력은 안타깝게도 각 직원들의 취향에 맞는 커피 타기 같이 하찮은 일에 쓰이고 있었다. 그녀의 절친인 정유나(이솜)는 당당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표현하는 캐릭터이다. 그녀는 마케팅부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과감하게 내놓았고, 이것이 아주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역시나 능력에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절친인 심보람(박혜수)은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대학에 가지 못한 채 취업을 해서, 그녀의 아까운 능력을 가짜 영수증 메꾸기에 쓰고 있었다. 이들 외에도 각 부서에는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한 여성들이 포진해있었으며, 이들은 누구보다 똑똑하고 능력 있었지만 자신들의 역량을 펼치지 못한 채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자영은 공장에서 검은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들이 다닌 회사가 어떤 것을 감추고 있는지 알아내고 증거를 찾아내려 한다. 그녀들은 이 사건에 대해 점차 더 알게 되면서 자신들의 회사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으며, 상부에서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숨기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분명히 이 사실을 사회에 알려야만 하는데,이 사실이 드러나면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가 망하게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그녀들이 8년간 청춘을 바쳐 일해온 회사가 사라지면 자신들도 실직자 신세가 되고야 만다. 그렇기에 이들은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녀들은 대리가 되어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싶었을 뿐인데, 이 고민 앞에 무너지고야 만다. 이들은 앞으로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고졸에 대한 생각 

  "고졸"은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인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에 해당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다니고 졸업하기 때문에 1990년대 이후로 태어난 사람들의 98% 이상은 고졸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현재 우리 주변에는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요즘음에는 취업이 어려워 대학 졸업 후에도 취직이 안되는 사람들이 많고, 그렇기에 대학원으로 진학한 뒤에 다시 취직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배경은 1995년도이다. 우리나라 1990년대 이전의 현장직, 생산직을 살펴보면 중졸(최종학력이 중학교 졸업인 사람들) 이하가 매우 많았고, 사무직이라고 하더라도 대학을 졸업한 사람보다는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훨씬 많았다. 심지어는 초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당시에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많이 생각해봐야 20% 안쪽밖에 되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 부모님도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물론 두 분은 나중에 직장을 다니시면서 야간대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이는 지금과 같은 일반적인 4년제 대학교가 아니다. 심지어 두 분이 나온 고등학교는 일반계 고등학교도 아니다. 두 분이 졸업한 고등학교는 상업계 고등학교로, 취직하기에 좋은 고등학교였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취직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상업계 고등학교에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훨씬 많이 진학했다고 한다. 나는 대학교, 그리고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대학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부모님을 봐도 그렇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사실 중학교, 조금 더 나아간다고 치면 고등학교 정도까지의 교육이면 충분하다. 이들이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보다 지식이 부족하지도 않고, 덜 현명하지도 않았다. 

  요즘은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에도 취업난이 워낙 심각해서, 오히려 예전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바로 취직하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회사들에서도 이런 인력을 일부분 채용하려고 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움직임에 동의한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대학교육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사실 지금은 대학교 때 배운 지식들이 거의 기억나지도 않는다. 사회에는 여러 인력들이 필요하고, 능력에 따른 대우가 필요하다. 당연히 배움에 더 긴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가산점을 주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게 해줘야 하겠지만 그 정도의 학력이 필요하지 않은 직업, 직종도 많고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능력이 고학력자에 비해 낫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학력은 능력과도 비례할 수 있지만 집안 경제력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각 직종, 직급에 맞는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나름대로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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