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39세)
드라마 "서른아홉"은 마흔 살을 코앞에 둔 이십년지기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는 2022년 2월 16일, JTBC에서 시작했고 현재도 계속 방영 중이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 10시 30분에 시작하는데 시청률도 7.2% 정도로 꽤 높은 편이다. 차미조(손예진)는 고아원 출신으로, 어릴 때 입양되었다. 그녀는 좋은 양부모와 언니를 만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잘 컸으며, 현재 피부과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서, 일 년 동안 외국으로 떠나 안식년을 갖고 컨디션을 회복하려 한다. 그러다 그녀는 자신의 병원에서 일하게 된 피부과 의사 김선우(연우진)와 좋은 감정으로 만나기 시작한다. 그녀의 절친 정찬영(전미도)은 현재 배우들의 매니지먼트 회사와 협업하여 배우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찬영은 김진석(이무생)과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을 교류한 사이였지만, 진석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여자가 등장하면서 진석이 결혼하게 되는 바람에 불륜 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이 둘은 진석의 결혼 이후에 육체적인 관계를 가진 적은 없지만, 여전히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를 향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미조의 또 다른 절친 장주희(김지현)는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10년도 넘게 일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암을 견뎌냈으며, 그녀는 이런 어머니를 잘 보필하며 지내고 있다. 그녀도 두 친구처럼 역시 아직 싱글이지만, 최근에 알게 된 동네의 중국집 셰프와 친해지게 된다.
차미조와 정찬영, 장주희 세 명의 등장인물은 어릴 적 십대 때 처음 알게 되었다. 미조가 자신의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나선 여정에서 세 명의 만남이 시작되었으며, 그 인연이 지금까지 쭉 이어져왔다. 아직 세 명의 주인공 중 한 명도 가정을 이루지 못했고, 오랫동안 만나온 남자 친구도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 셋은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이다. 그들이 기쁠 때도, 힘들 때도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찬영에게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그녀는 이제 길어봤자 몇 개월을 못 산다는 이야기를 병원으로부터 듣게 된 것이다. 이 소식에 세 친구는 앞으로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시한부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이들은 앞으로 어떤 재미난 일을 벌일까?
생각보다 너무 실망스러웠던 줄거리
내가 드라마 "겨우, 서른"과 "멜로가 체질: 본격 수다 블록버스터"라는 두 가지 드라마를 보고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 나이는 서른살에 맞춰져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들의 나이는 적어도 삼십 대 중반쯤으로 여겨졌다는 것이었다.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이미 너무 성공한 위치에 있었으며, 서른 살 또래에 비해 성숙했다. 그리고 그 드라마들을 볼 시기에는 내 나이가 서른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이미 서른 살이 지났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이제는 서른 살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주인공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이러한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서른아홉"이라는 드라마가 등장하였다. 나는 이 드라마의 제목만 보고도 끌릴 수밖에 없었고, 주연 역시도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으로 연기력이 꽤나 검증된 배우들이었기 때문에 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제목만큼의 가치가 있지는 않았다. 첫 번째 이유로, 드라마 "서른아홉"의 주인공 세 명 중 단 한 명도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주인공들의 나이가 서른 아홉인 만큼, 그래도 세 명 중 두 명은 결혼을 했어야 했고, 그중에 한 명은 아이들도 있는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인 설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부부가 난임을 겪고 있거나, 딩크족이었다면 정말 사실적인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남은 한 명은 비혼 주의를 꿈꾸었다면, 지금의 세태를 정확하고 완벽하게 반영한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 "서른아홉"의 주인공들은 실망스럽게도, 세 명 모두 아직 미혼의 여성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이들은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여전히 즉각적으로 모이는 것이 가능했고, 서로의 삶에서 친구를 우선으로 두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실제 사람들의 삶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만의 가족을 꾸리게 되고, 친구와의 관계에는 결혼 전보다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친구를 아낀다고 해도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사람들은 친구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빠르게 반응할 수가 없다. 그들에겐 챙겨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드라마는 평균적인 서른아홉 살들의 삶을 그렸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두 번째 이유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시한부의 삶을 살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서른아홉이라는 나이의 사람들이 시한부 판정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생각보다 높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특별한 케이스가 주축이 되어 드라마가 움직인다는 점에서 나는 이 드라마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한부라는 특이 설정을 드라마의 설정에 삽입함으로써 이 드라마는 진부한 이야기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눈물 흘릴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이 공감의 눈물은 아닐 것이다. 나는 이 드라마의 제목을 보고 삼십 대 후반의 삶은 어떨지가 궁금했는데, 위에 서술한 두 가지의 특징 때문에 드라마 "서른아홉"의 내용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그저 드라마에 그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소, 아니 매우 많이 실망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내용도 별로 궁금하지 않을뿐더러, 기대감을 주었던 제목이 드라마에 비해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나중에 삼십 대 중후반의 삶을 그리는 다른, 좀 더 현실적인 드라마가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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