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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와이프, 클리셰이지만 공감되는 이야기

by morl 2022. 4. 11.

"아는 와이프" 포스터

시간을 돌려 배우자를 바꾼다.

  드라마의 초반부는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차주혁(지성)과 서우진(한지민)은 우연한 기회로 만나 과외 선생님과 학생으로 연을 이어갔다. 우진은 매우 발랄한 여고생이었다. 상큼하고 통통 튀는 매력이 있었고, 주혁에게 끊임없이 구애했다. 주혁 역시도 밝은 모습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우진에게 조금씩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내 우진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우진은 주혁에게 더 의지하게 된다. 이들은 빠르게 결혼에 골인했으며,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둘의 삶은 불행으로 향한다. 그들은 대출이자에 육아비, 부모님께 보내는 생활비까지 책임져야했기에 너무 고단한 생활을 한다.

  주혁은 끼니를 삼각김밥으로 때우며 겨우 모은 용돈으로 아내 몰래 중고거래를 통해 플레이 스테이션(게임기)을 구입했고, 숨겨둔 채 아주 조금씩만 즐기려 한다. 그러나 우진이 이를 발견했고, 욕조 안에 물을 담근 채 이 게임기를 넣어버렸다. 이 장면을 보는 나도 정말 답답해서 내가 주혁이었어도 이혼하고 싶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혁처럼 자기 자신만의 시간, 자유가 정말 하나도 없는 생활은 너무 숨 막힐 것 같았다. 게다가 그는 시시각각 튀어나오는 우진의 화까지 받아주며 살아야 한다니 말이다.

  반면 우진은 그녀 나름대로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 월급만으로는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어 피부숍 직원으로 맞벌이를 시작했으나, 두 살짜리와 돌배기 두 아이를 둔 엄마에게는 무리였다. 만성피로에, 수면부족에, 게다가 그녀는 우연히 엄마의 치매 증상을 눈치챘다. 그러나 엄마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기에도 돈이 든다는 상황 때문에, 남편에게 선뜻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그녀는 화를 혼자 삭이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가슴에선 시도 때도 없이 천불이 났다. 결국 그녀는 쌍욕을 내뱉기도 했으며, 분노조절장애 상태에 이르게 된다. 나는 우진 역시도 이해가 갔다. 그녀는 힘든 티도 못 내고, 걱정은 늘어만 가며, 엄마의 치매를 발견했는데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은 너무나도 흔한 부부의 모습이었으나, 보는 내내 너무 답답해서 둘 모두에게 너무 힘겨워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주혁은 결국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던 그에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는 시간을 되돌려 우진을 만나지 않고, 대학시절 자신을 좋아했던, 그리고 그 역시도 호감을 가졌던 부잣집 따님 혜원과 잘 될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보니 그의 아내가 혜원으로 바뀌었다! 기뻐하던 것도 잠시, 그가 일하던 은행에 기존 와이프의 모습이 아닌 능력 있고 매력 있는 싱글 우진이 나타난다. 말 그대로 "아는 와이프"이지만 더 이상 아는 사이가 아닌, 아이러니한 만남이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주혁의 마음은 혼란을 겪게 된다.  

 

결혼의 적절한 시기 

  이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서로 준비가 된 상태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는 것도 장점이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체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젊었을 때 출산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또한 아이들이 크고 나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인생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빨리 결혼하는 것에도 정도가 있다. 기본적인 생활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준비가 된 상태에서 결혼을 하는 것과 준비가 되지 않은 채 결혼하는 것에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심지어 결혼만 한 것이 아니라 아이까지 생겼기 때문에 그 고단함이 배가 되었다.

  요즘엔 사람들이 결혼도 늦게 하지만, 출산은 더 늦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출산을 시기의 문제에서 배제한다 하더라도 "결혼" 자체에 준비가 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하는 결혼은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 나도 결혼을 하기 전에는, 결혼을 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해보니 이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행복한 사람이 결혼을 할 때 더 행복한 것 같다. 불안하고 불행한 사람이 결혼 후에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도 온전한 사람들이 결혼을 한 후에도 행복할 확률이 높다.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연애를 하면서 비슷한 것을 이미 느껴봤을 것이다. 결혼도 연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결혼 후에는 연애를 할 때보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섣불리 갈라설 수도 없다. 그러니 사람은 혼자있을 때도 행복하다고 느낄 때,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출산은 더욱 그렇다. 

 

결혼생활에서 명심해야 할 것들 

  배우자는 당신의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배우자는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에 그 혹은 그녀를 가장 편하게 대하게 되겠지만, 동시에 그나 그녀는 당신이 가장 살펴야 하는 사람이다. 당신이 처음에 결혼을 왜 하게 됐는지를 잘 돌이켜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들은 기쁨을 나누기 위해 결혼하기도 하지만, 힘들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마음 또한 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존재는 없느니만 못하다. 배우자에게서 위로와 응원을 얻지 못한다면, 차라리 혼자 힘든게 낫다. 그리고 부부간에 갈등 상황이 닥쳤을 때, 서로가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를 가져야 한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안타까웠던 점은 두 주인공이 모두 너무 착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각자의 마음만 곪아갔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아는 와이프", "아는 남편"이 되면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배우자를 더 편하게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아니다. 우리는 평생 다른 사람의 속을 알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항상 서로의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말을 걸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방에게 말을 걺과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말을 걸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 상태를 돌봐줄 줄 알아야 하며, 혼자 노력해도 잘 안될 경우에는 주변에 도움을 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 드라마는 너무나도 클리셰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고 살아야 함을 명심하게 해주는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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