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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 슈티: 북부 프랑스에서의 뜻밖의 힐링

by morl 2022. 2. 10.

영화 "알로, 슈티" 포스터
영화 "알로, 슈티" 포스터

프랑스 최북단에 위치한 "베르그"와 방언 "슈티"

  주인공인 필립은 우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프랑스의 평범한 가장입니다. 그는 우울증에 걸린 아내를 위해, 도심에서 벗어나 따듯하고 여유롭기로 소문난 프랑스 남부로 전근을 계획합니다. 그렇지만 워낙 경쟁률이 높은 전근이었기에, 필립은 인사발령 책임자가 왔을 때 속임수를 써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전근에 성공하지 못할 시에 듣게 될 아내의 지긋지긋한 잔소리는 더 싫었습니다. 그는 열심히 예행연습까지 해가면서 담당자를 속여보려 했으나 욕심이 과했던 탓인지, 계획이 탄로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탓에 그는 오히려 가장 악명 높기로 소문난 지역으로 발령을 받게 됩니다. 결국 그가 가게 된 곳은 남쪽과는 정반대의 최북단 시골 마을 "베르그"였습니다.

  프랑스 북부는 혹독한 추위와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방언을 사용하는 쌀쌀맞은 사람들이 사는 것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프랑스 북부 지역 혹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 또는 그들이 사용하는 사투리 등을 통칭하여 "슈티"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슈티"는 "슈티 프랑스어"라는 사전이 존재할 정도로 프랑스 표준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필립이 전근 가는 지역이 험난하다는 사실을 그의 아내가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자신은 그와 함께 갈 수 없다고 말했고, 필립은 홀로 베르그로 향하게 됩니다.

  필립은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질 생활을 상상하고, 두려움에 떨며 베르그로 도착했습니다. 하필이면 필립이 베르그로 도착하자마자 비가 들이닥쳤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는 이런 악천후 속에서 그를 마중 나온 직원이 하는 말도 하나도 알아듣질 못했습니다. 게다가 이 지역 사람들은 일반 커피 대신 치커리 커피를 마시며, 필립은 난생처음 먹어보는 "프리카델"이란 음식을 먹고, 코를 찌르는 냄새를 풍기는 치즈인 "마루알"을 먹곤 했습니다. 앞으로 그가 이 도시에 적응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영화입니다.

뜻밖의 힐링

  필립은 베르그의 낯선 환경 속에서 처음엔 쉽게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곧 순박한 직원들과 함께 지내며 점차 이곳에 적응해갑니다. 그리고 그가 베르그에 막상 살아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춥지도 않았습니다. 처음에 그는 낮에 일하며 술을 마시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번 해보니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으며, 지역 주민들의 후한 인심 때문에 더욱 즐거워졌습니다. 그는 방언을 직접 배워가며 사용하기 시작했고, 오히려 이런 시도가 재미있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이제 집으로 가는 시간보다 베르그에 있을 때가 더 행복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여전히 베르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는 그런 아내에게 여전히 베르그가 끔찍한 척 연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내가 필립만 혹독한 곳에서 혼자 살게 한 게 너무 미안했는지, 갑자기 그와 함께 살겠다며 베르그를 방문하게 됩니다. 필립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보는 것 역시도 재미난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영화 "알로, 슈티"는 필립이 베르그 지역과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적응해 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저도 그간 남프랑스가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와서,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프랑스 북부지역은 아무래도 중부나 남부지방보다 훨씬 더 추울 테고, 영화에 등장하는 프랑스인들조차도 이 지역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악명 높은 곳이긴 한가봅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저 역시도 필립과 함께 베르그라는 지역에 스며들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영화에 등장한 마을의 배경이 너무 예뻤습니다. 또 인심 좋고 여유 넘치는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여유롭게 살고 있는 일상을 보다 보니 저 역시도 너무 힐링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프랑스 영화는 난해하고 지루해서 영화를 이어 보는 게 어려울 수준이거나, 아니면 너무 힐링되고 좋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제 기억 속에 오랫동안 각인된 영화인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을 볼 때처럼, 너무나도 힐링되는 시간을 보내게 해 준 영화 "알로, 슈티"였습니다. 여러분도 한적한 어딘가로 떠나, 너그러운 인심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길 바랍니다.

편견과 선입견 갖지 말기

  인생이란 것은 참 신기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엄청 험난하고 밑바닥이라고 생각하는 상황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 상황을 겪고 보면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에 엄청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겪고 보면 생각보다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람이나, 상황이나 모두 겪어보아야 아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내가 직접 겪고 느끼기 전에 판단하는 것보다, 내 몸과 마음을 활짝 열어둔 채 받아들일 때 더 자세하게 알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이러한 상황들에 직접 부딪혀볼 때서야 비로소 훨씬 가치 있는 삶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생은 미리 예측이 불가능해서 어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직접 겪어보아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 영화에게 느끼는 감정 역시도 비슷합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나 흐름, 몰입감 등만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묘하게 순박하고 엉뚱한 분위기에 매료되기 때문에, 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어 집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영화가 제게 줬던 느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뭔가 그 이유를 특별히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고, 옆에 있기 편안한 사람 말입니다. 그러려면 앞으로도 나 스스로를 더 넓은 세상으로 내보내, 더 많은 것들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 "알로, 슈티"는 저에게 힐링하는 시간도 주었지만, 앞으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라는 교훈 또한 주었던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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