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종서, 손석구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보고 나서 바로 다음 주에, 이번에는 "연애빠진 로맨스"를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화 제목들이 특색 없이 비슷하기만 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당시에 라디오를 매일 틀어놓다 보니,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전종서와 손석구가 매일 프로그램 홍보차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손석구라는 배우는 처음 들어본 상태였고, 어차피 라디오였기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DJ들이 말하기론 여자들이 많이 좋아한다고 했다. 또 그가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누구고, 어떤 연기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반면 전종서는 영화 "버닝"에 등장해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배우였다. "버닝"을 볼 당시에는 그녀를 처음 보기도 했고, 워낙 스티븐 연과 유아인의 숨 막히는 갈등 상황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그녀를 눈여겨보지는 못했지만, 나름 영화 내의 캐릭터에 잘 맞는 배우라고 생각은 했었다. 그래도 그녀는 내 스타일로 생겼기 때문에 또 보고 싶기도 했고, 잘 모르는 배우였기 때문에 주연을 맡으면 어떤 매력을 뽐낼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손석구 보다는 전종서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두 주인공이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는 장면에서, 그녀의 솔직한 캐릭터와 커다랗고 이쁜 눈망울, 하얀 피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취향이었던 옷까지, 나는 그녀에게 반하고 말았다. 내가 남자였다면 분명 저런 여자를 좋아했을 것 같다. 손석구는 이 영화에서는 특별하게 인상 깊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내가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인 "멜로가 체질"에 등장해서 새로운 면모를 본 것 같다. 아무튼 둘 다 유명하지는 않은 낯선 배우였지만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편하게 본 영화였다.
데이팅 어플로 만난 두 사람
묘하게 야한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 지은 것인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함인지 두 주인공의 이름이 조금 독특하다. "함자영(전종서)"과 "박우리(손석구)"는 데이팅 어플에서 처음으로 만난다. 자영은 전 남자 친구가 자기와 사귀고 있던 도중 다른 여자와 만나와 시작하면서 헤어지게 되었고, 그럼에도 그 남자를 잊지 못해 몇 년간 매달렸다. 심지어 전 남자 친구는 새로운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도 그는 함자영과 수년간 잠자리를 가졌다. 이후 그녀는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선었했지만, 외로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어플을 시작했다. 박우리는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편집장으로부터 섹스 칼럼을 연재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책임지겠으니 무조건 글을 쓰라는 상사의 협박 아닌 협박에 떠밀려 새로운 이성과의 만남을 만들기 위해 어플을 시작했다. 둘 다 어플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처음인 데다, 특별하게 기대를 가지고 나온 것이 아니었기에 처음 두 사람의 관계는 어색하고, 미지근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번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낸 이후로, 묘하게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었다. 박우리는 함자영에게 계속 연락하고 싶었고, 함자영은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박우리의 연락을 기다렸다. 둘 다 연애를 기대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연인과 비슷한 관계가 지속되었다.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풀릴지, 궁금해졌다.
자연스러운 연애
우선 영화에서 만남의 수단으로 데이팅 어플을 선택한 것이 의미있고, 재밌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어플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흔해진 요즘의 트렌드를 잘 반영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만나게 된 경로가 데이팅 어플이었기에, 자신에게 정말 꼭 맞는 인연을 만나겠다고 기대를 하거나 마음을 열었던 것이 아니라서 두 사람은 애매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그들의 관계에 제작사는 "연애빠진 로맨스(연애만 없는 로맨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상대방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겁고, 상대방이 뭘 하고 있는지 자꾸 궁금하고, 보고 싶고,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떠할지 신경 쓰인다면 그게 좋아하고, 연애하는 거지 별게 있나 싶다. 인연을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만남의 수단이 무엇이든 간에 서로가 사랑이라고 여긴다면, 연애라고 공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연인과 같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둘은 시작을 조금 다르게 했고, 아직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을 뿐,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연애를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연애라는 게 별 게 아니다.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스며들어 있고, 그것을 깨달으면 연애가 시작되는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의 과정과 연애로 이어지는 과정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도 편했고, 덩달아 설렜던 것 같다. 오히려 이 영화는 작정하고 연애나 로맨스를 보여준 것이 아니고, 주인공들처럼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설렘까지 이르는 영화를 본 것 같아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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