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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만 로맨스, 사실은 모든 게 로맨스

by morl 2022. 4. 11.

"장르만 로맨스" 포스터

배우 조은지의 상업영화 데뷔작, 화려한 배우 라인업

  배우 조은지가 첫 장편 상업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영화이다. 영화가 재밌어서 그녀가 어떤 배우 활동을 했는지가 궁금해졌다. 이미지 사진을 검색해봤는데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동영상으로 보면 조금 더 낯이 익을지도 모르겠다. 출연작들을 찾아보니 그녀는 나도 봤던 영화인 "달콤, 살벌한 연인", "쩨쩨한 로맨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도 출연한 이력이 있다. 이 외에도 보지는 못했지만 꽤 흥행한 영화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도 출연했으며, 들어본 적 있는 영화인 "후궁: 제왕의 첩", "송곳니" 등에도 출연했다고 한다. 첫 상업 영화가 그래도 비교적 흥행했기 때문에, 차기작도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이 영화를 보기도 전부터 기대했던 이유는, 배우 라인업이 좋아서였다. 주연 배우로 류승룡,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 성유빈이 나온다. 주로 류승룡이 나오는 영화들은 재미있었던 기억들이 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내 아내의 모든 것", "극한 직업"이 엄청 신선하고 재미있었는데, 찾아보니 이외에도 그는 "명량", "7번 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고지전", "7급 공무원", "박수 칠 때 떠나라" 등에도 출연했었다. 그가 출연한 영화의 관객수가 백만을 넘긴 적이 무려 4번이나 된다. 배우 오나라 역시 생긴 것도 시원시원하니 매력 있고, 호감형 캐릭터 연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류승룡과 케미가 잘 맞을 것 같았다. 이 두 명만 봐도 영화가 꽤나 재미있을 것 같았고, 김희원이 어떤 부드러운 연기를 보여줄지도 기대됐다. 

  또 하나의 기대감은, 광고를 통해 이루어졌다. 영화 개봉 당시에 나는 매일 라디오를 틀어 놓고 지내고 있었는데, 광고 내용이 되게 인상 깊었다. 제목이 뭐냐고, 장르가 뭐냐고, 내용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장르만 로맨스라고 답하는 내용이었는데, 말장난이긴 했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 로맨스 영화가 아니면서도 제목이 "장르만 로맨스"일 수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결국 이러저러한 계기로 인해 기대감을 품고 봤는데도, 상당히 재미있게 본 영화이다. 내가 느낀 것과는 다르게, 네티즌 평점이 6.66으로 생각보다 훨씬 낮아서 좀 아쉽긴 하다. 

 

복잡한 관계들 

  주인공인 김현(류승룡)은 잘 나가던 베스트 셀러 작가지만 그 작품 이후로 7년째 새로운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애(오나라)는 김현의 전처이다. 김현의 바람으로 인해 둘은 이혼했고, 김현은 바람피운 여성과 재혼을 했다. 미애 역시 지금은 혼자가 아니다. 놀랍게도 그녀는 김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출판사 사장인 순모(김희원)와 몇 년째 비밀 연애를 하고 있다. 심지어 순모는 김현과 30년 지기 친구이기도 하다. 어느 날 김현과 미애는 아들 성경이(성유빈)의 문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던 도중, 성관계를 할 뻔한 광경을 아들에게 들켜버렸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대사인 "아빠는 바람피울 사람이 없어서 우리 엄마랑 바람을 피우냐?"가 등장한다. 예고편을 통해 이미 알고 봤지만 그래도 재미난 장면이었다. 아들은 현재 고등학생으로, 엄마와 아빠, 그리고 그 주변인들에 얽힌 이 복잡한 관계를 혼자만 알고 있으면서 고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그러한 상처를 위로받게 된 게 우연히 알게 된 이웃 주민(이유영)으로부터이다. 그녀는 성경이를 그냥 고등학생으로만 보고 위로해주는데 성경이는 그녀도 자신을 좋아하는 줄 오해한다. 성경이의 마음이 갑자기 커져 그녀에게 들이대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를 보살펴준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한가지 더 복잡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유진이라는 신인 작가이자 김현이 강의를 맡고 있는 대학의 학생인데, 김현을 작가로도 존경하고, 남자로도 사랑하는 게이이다. 김현은 그에게서 가능한 멀어지고 싶어 하지만, 그의 글을 보고 감명받아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 위험한 동거로 김현이 차기작을 완성할 수 있을지, 그 둘 사이에 무슨 일은 없을지, 등장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는 어떻게 끝이 날지 궁금해지는 영화이다.  

 

사랑의 모양이 어떻든, 모든 사랑은 감정은 동일하다. 

  이 영화의 관람객 평점을 보니 생각보다 평가가 좋지 않았다. "스토리도 없고, 내용도 없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없었다"는 평가도 있고, "내가 뭘 본 건지 모르겠다, 이상한 옴니버스 영화이다"라는 내용도 있는데, 이런 평가들과는 달리 나는 참 재밌게 본 영화이다. 아무래도 기대했던 것만큼 웃기는 코미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분들께서 이런 평을 쓴 것 같은데, 나는 이 영화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본다. 헤어진 부부, 그리고 전남편과 친구관계로 복잡한 연인 사이, 게이와 스트레이트, 고등학생과 나이 많은 여성 등 매우 다양한 관계가 등장하지만 이 모든 사랑이 사실은 동일하다는 걸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그들의 관계는 복잡했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은 모든 관계에서 같았다. 설령 그것이 짝사랑이더라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랑과 전달되는 마음은 참 아름다웠다. 좋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과 해피엔딩을 맞지 못한다고 해도 좋은 추억으로 남고, 내 인생의 값진 시간들이 된다. 이 영화는 다양한 형태를 가진 사랑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잘 표현해줬다. 그렇기에 나는 이 영화 제목이 "장르만 로맨스"이지만 사실은 "장르만 빼고 모든 게 로맨스"인 것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사랑을 하게 된다. 때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관계를 가질지라도, 그 관계의 본질은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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