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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조지아, 특별한 관계 - 엄마와 딸

by morl 2022. 2. 18.

드라마 "지니&조지아" 포스터
"지니&조지아" 포스터

지니 & 조지아 

  "지니&조지아"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물은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대중성을 고려하여 영상미를 추가한 작품이고, 두 번째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독보적인 행보를 걷는 작품입니다. 드라마 "지니 & 조지아"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드라마의 내용을 전혀 모르고 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작품이 영상미가 가미된 대중적 작품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시즌 1을 다 보고 나서 평가해보니, 이 작품은 대중성과 영상미, 그리고 독보적 스토리 라인까지 세 가지가 모두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흥미롭게 볼만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여자들이 조금 더 쉽게 공감하고 빠져들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드라마 "지니&조지아"는 넷플릭스에서 2021년 2월 24일에 공개되었습니다. 조지아(엄마)는 젊고, 예쁜 백인의 엄마입니다. 현재 그녀는 홀로 딸인 지니와 아들 오스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니(딸)는 조지아와 흑인 아빠인 자이언 밀러 사이에서 태어난 유색 인종의 똑똑하고, 예쁜 딸입니다. 지니의 동생인 오스틴은 지니에게는 의붓동생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아껴주는 남매 사이입니다.

  이 세 가족은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자 뉴잉글랜드의 웰스베리 지역으로 이사를 갑니다. 드라마에서는 웰스베리로의 이동만 보여주지만, 이야기를 보다 보면 조지아에게 위험이 닥칠 때마다 세 가족은 여러 지역을 전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그들이 고생하고 살았을 것이 눈에 훤하게 보입니다. 조지아는 이번에는 예전보다 큰 마음을 먹고, 웰스베리라는 학군 좋은 부자 동네로 이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지아 그녀 스스로도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아이들에게도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지니&조지아가 웰스베리로 이사한 후 겪게 되는 생활을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엄마의 마음, 그리고 딸의 마음

  엄마인 조지아는 웰스베리로 이사한 뒤 당장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엄마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젊고 뛰어난 미모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높은 생존 능력 또한 부각되어 관객들에게 몰입도 있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조지아는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을 위해 젊고 능력 있는 남성들을 이용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에 딸 지니는 엄마 조지아에게 실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지아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으로 사용할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베풀어주고자 악착같이 노력하는, 영락없는 엄마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조지아는 젊고 예쁜만큼, 트렌디했고 개방적이었으며 아이들에게 역시도 친구로 다가가고 싶어 했습니다. 이렇게 조지아의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조지아가 극중에서 했던 말 중에 제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출발선은 남들보다 많이 뒤처졌지만, 그녀는 지니만큼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앞선 출발선에 세우고 싶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슨 일이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 자신은 실수를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두려움과 절박함을 느꼈으나, 지니는 그런 감정들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이 내용을 보면서 제 부모님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 대사에서 저희 부모님과 정확히 같은 마음을 본 것 같습니다. 제 부모님 자신들은 남들보다 부족하게 시작했지만, 그들의 자식들만큼은 자신들보다 훨씬 나은 시작선에서 시작하게끔 만들어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렇기에 부모님은 자신들의 젊은 날을 희생했고, 부단히 노력하셨습니다. 조지아는 엄청 젊은 엄마인데도 불구하고 저희 부모님과 같은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보고 기분이 조금 묘했습니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자식이 생기면 다들 같은 마음이 되나 봅니다.    

  드라마 속에서 딸인 지니는 조지아를 엄마로만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지니는 조지아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인물로도 등장합니다. 조지아가 상당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니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온 게 분명했습니다. 그렇기에 지니는 너무 빨리 철들었고, 덕분에 영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어떤 때는 엄마인 조지아를 챙기기도 했고, 조지아 역시도 이런 지니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지니는 어떤 면에서는 엄마를 닮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으나, 정작 어려운 상황에 닥치면 조지아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지니는 이런 대사를 했습니다. "조지아는 생존자고, 그래야만 했으며, 그녀의 말이 맞다. 나는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안다. 그녀에게 배운 대로 하는 거다." 저는 이 대사를 보며 이 드라마가 딸들이 엄마를 떠올리고 닮아가는 모습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한 관계, 엄마와 딸, 그리고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 그리고 아빠와 아들 사이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특별한 감정이 존재합니다. 어른들은 흔히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우리에게서 엄마, 그리고 아빠의 모습을 찾게된다고 말입니다. 저도 나이가 서른쯤 되니, 역시나 이 사실을 느낍니다. 그리고 드라마 지니&조지아는 이런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모습은 닮아야지, 그리고 어떤 모습은 닮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다 보면, 절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닮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뜻밖의 상황이 닥쳤을 때, 저는 보고 살아온 대로 따라 하는 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부모가 되어보진 못했지만, 세상의 많은 부모가 같은 마음일 것은 알고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이 이런 모습은 닮고, 저런 모습은 닮지 않길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식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은 모두 동일한가 봅니다.

  저는 엄마와 딸의 관계가 참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지니는 조지아에게 딸이자, 친구이자, 부모이자, 의지할 사람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저의 엄마에게 그런 존재라는 생각을 자라면서 많이 하곤 했습니다. 아마 지니&조지아가 어렵게, 그리고 악착같이 살아왔기에 더 그랬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집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줄이고,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엄마에게는 친구가 적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지니와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엄마는 저에게 항상 존경스러운 존재였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어떤 면은 잘 이해가 안 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힘들어할 땐 제가 엄마를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살아가면서 이렇게 여러 가지 마음이 공존하는 관계는 부모와 자식 간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특히나 부모와 자식이 같은 성별일수록 말입니다. 저는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을 잘 알기에 딸 한 명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 역시도 딸에게 너무 의지하는 엄마가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제가 한 20년쯤 뒤에 딸이 생겨 많이 자랐을 때, 이 글을 다시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이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을 어떤 관계로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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