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맞은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
이 영화이 제목이나 포스터만 봤을 때는 너무나도 흔한 로맨스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주인공 앨리스는 대학에 들어간 후부터, 단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었다. 항상 남자 친구인 조시가 곁에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자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며, 잠시 떨어져서 지내자고 선언하였다. 그녀의 선택은 남자 친구와 헤어지는 게 아니라, 잠깐 그녀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단 뜻이었지만 조시에게 새로운 여자 친구가 생기면서 이별하고 말았다. 그녀는 드디어 싱글이 되어, 뉴욕의 싱글라이프를 처음으로 접해본다. 이제야 처음으로 싱글 라이프를 시작한 앨리스는 이런 것들을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에 아쉬움도 느끼고, 또 새로운 방식에 당황하기도 하고, 나름의 즐거움도 찾아가게 된다. 그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이성들 역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을 만남으로 인해 더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에게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보게 된다. 이러한 여정에서 그녀 옷의 지퍼를 채워줄 새로운 남자를 갈구하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지나간 후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자신을 찾기 위한 출발을 하게 된다. 반면 앨리스와는 달리, 앨리스의 언니 메그는 연애를 시작하고 싶지 않아한다. 그러나 그녀는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관계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How will you spend your single?
이 영화의 제목인 "하우 투 비 싱글(How to be single)"을 해석하면 "어떻게 싱글이 되는가?"이다. 단순히 제목만 봐서는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냥 연인이랑 헤어지고 아직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이라면 자연스레 싱글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겠지만, 비교적 어린 나이인 21살부터 연애를 시작해 7년 연애 끝에 결혼까지 이르게 된 내 입장에서는 격하게 공감하는 제목과 내용이었다. 물론 이런 나조차도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냥 흔한 로맨스물 같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야 "하우 투 비 싱글"이라는 제목의 의도를 깨닫게 되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어떻게 하면 싱글이 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싱글 생활을 보낼 것인가?"의 의미였다. 일부러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끊임없이 연애를 하고 지내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내고자 이런 식으로 제목을 중의적으로 지은 것 같은데 보다 영화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하면, "How to be single?" 보다는 "How will you spend your single?" 혹은 "Whant kind of single life will you spend?" 같은 제목이 더 어울렸을 것 같다.
어떤 싱글 라이프를 보낼 것인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21살에 연애를 시작해서 7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후 지금은 4년차 부부로 지내고 있다. 비록 남편이 첫 번째 연애는 아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남편을 만나기 전의 나는 매우 어렸고, 부모님과 줄곧 함께 지내왔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로 홀로 살아본 경험은 없다. 이런 나는 어느 순간부터 앨리스가 느꼈던 마음을 고스란히 느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없었기에 진정한 나에 대해 알아갈 기회가 없었다고 느꼈고, 내가 혼자 있을 때는 어떤 생활을 할지,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즐기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나와 잘 지내고 있던, 그리고 나와 잘 맞는 남자 친구와 헤어질 수는 없었고 결국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지금도 남자 친구를 만난 것, 그리고 결혼한 것이 너무 잘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눈곱만큼도 후회하지 않지만, 이십 대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혹은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꼭 갖고, 나에 대해 고민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나처럼 오랜 연애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라 해도, 분명 같은 생각을 해본 경험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20대의 대부분을 연애를 하며 보내고, 결혼 적령기 이전에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나의 반쪽을 찾아나선다. 하지만 우리의 이십 대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시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가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싱글인 기간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야, 혼자서도 행복해지는 법을 알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다. 그리고 혼자 지내도 잘 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나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존중해줄 수 있게 된다. 결혼해서도 행복한 사람은, 결국 원래 혼자 지내도 행복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더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나에 대해 조금씩 알아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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